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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프로야구 전반기 이슈 결산] ③ '심봤다!' 괴물루키 이정후-대기만성형 최주환·한동민·이형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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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프로야구 전반기 이슈 결산] ③ '심봤다!' 괴물루키 이정후-대기만성형 최주환·한동민·이형종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7.1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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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노장들의 활약은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만큼 새로운 얼굴들이 치고 올라오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프로야구 전반기 많은 ‘뉴페이스’들의 등장이 더욱 반가웠다.

프로야구 레전드 이종범(47)의 아들로 주목을 받았던 이정후(19·넥센)는 신인왕 0순위로 떠올랐고 최주환(29·두산), 박세웅(21·롯데), 한동민(28·SK), 이형종(26·LG) 등은 올 시즌 드디어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꿈에 그리던 올스타전 무대를 밟게 됐다.

▲ 이종범의 아들로 이슈몰이를 했던 넥센 이정후는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 바람의 손자? ‘신인왕 0순위’ 이정후는 이정후다

올 시즌을 앞두고 넥센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를 선택했다. 고교야구에 대한 관심이 낮은 상황에서 ‘아버지의 후광 효과를 누린 것이 아니냐’는 걱정 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이는 기우였다.

고졸 루키 이정후는 마치 익숙한 무대라는 듯 큰 어려움 없이 프로 무대에 안착했다. 톱타자라는 중책을 부여받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전반기 성적은 타율 0.327(315타수 103안타) 2홈런 31타점. 단연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마땅히 떠오르는 경쟁 상대가 없다.

팬 몰이에도 성공하고 있다. 이정후는 KBO 역사상 두 번째로 고졸 신인 베스트 12에 선정됐다. 팬들과 선수단 투표에서 나눔 올스타 외야수 부문 3위에 올랐다. NC 최고스타 나성범까지 제쳤다.

타자 최연소 베스트이기도 하다. 오는 15일 기준 이정후의 나이는 18세 10개월 7일. 2009년 고졸 루키 첫 베스트로 뽑혔던 KIA 안치홍(19세 23일)보다 2개월 여 빠르다. 당시 안치홍은 최연소 홈런까지 쏘아 올리며 신인 최초 미스터 올스타(MVP)가 됐다. 패기로 똘똘 뭉친 이정후가 안치홍의 최연소 MVP 기록 경신에 나선다.

▲ 두산 최주환이 허경민과 오재원의 부진을 틈타 드디어 주전으로 도약 중이다. 프로 데뷔 후 첫 올스타 베스트12에도 선정됐다. [사진=스포츠Q DB]

◆ 독기 품은 최주환, 언제까지 벤치만 지키랴

올 시즌 반등한 선수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이 중 하나가 최주환이다. 광주동성고를 졸업하고 2006년 두산에 입단한 최주환은 타격 재능 하나만큼은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차고 넘치는 두산의 내야에서 그의 자리는 없었다. 약점으로 평가받은 수비와 부담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이원석(삼성)의 군입대로 개막부터 3루수로 투입된 2015년에도 시즌 초반 줄곧 기용되며 주전 도약의 희망을 찾았지만 허경민에게 자리를 내줬다. 트레이드를 심각히 고려했다.

좌절의 순간 한 줄기 희망의 빛이 그를 비췄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대표팀까지 오갔던 허경민과 오재원이 좀처럼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했고 최주환에게 기회가 왔다. 10번째 시즌 만에 최주환은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타율 0.308(247타수 76안타) 5홈런 40타점을 기록한 최주환은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아 2루수로 드림 올스타 베스트 12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했다.

주전 도약을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오재원과 허경민에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최주환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 롯데 박세웅은 빼어난 피칭으로 최동원과 염종석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뒤늦게 터진 트레이드 효과, 박세웅에게서 최동원-염종석의 향기가

박세웅은 2014년 신생팀 kt의 1차 선발로 프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많은 기대를 받은 박세웅이지만 눈앞에 보이는 성적에 급급했던 kt는 롯데에서 포수 장성우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박세웅을 교환했다.

‘초고교급’이라는 수식어를 받고 엄청난 기대감 속 프로에 데뷔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지난 2년 간 박세웅도 그저 그런 선수처럼 여겨졌다. 롯데의 유니폼을 입고 꾸준히 선발 기회를 얻었지만 2년 동안 9승 23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평균자책점도 5.76으로 기대를 밑돌았다.

그러나 프로 3년차 박세웅은 전혀 다른 투수가 돼 있었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박세웅이 에이스의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었다. 17경기에서 9승 3패 평균자책점 2.81. 장원준(두산), 에릭 해커(NC) 등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평균자책점 부문 1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롯데 팬들 사이에서는 안경 쓴 우투수가 나오면 우승한다는 말이 있다. 1984년 故(고) 최동원, 1992년 염종석의 분투 속에 롯데는 우승을 했고 이제는 박세웅을 보며 그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롯데는 7위까지 처져있어 우승은커녕 가을야구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팀의 미래를 책임질 박세웅의 진일보는 가을야구 진출 이상으로 팬들을 뿌듯하게 만들고 있다.

▲ 한동민(오른쪽)은 퓨처스리그에서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뒤 올 시즌 SK에서 연일 대포를 쏘아올리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대기만성’ 한동민-이형종-김헌곤, 전성기는 이제 시작

뒤늦게 꽃을 피운 이들이 또 있다. 프로 5번째 시즌을 맞는 한동민이 그 중 하나다. 경성대 졸업 후 2012년 SK에 입단한 한동민은 이듬해 99경기에 나서 14홈런 52타점으로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2014시즌 다시 주춤했다.

결국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지만 거포 기대주로서 장타에 대한 자신감을 찾았다.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한동민은 지난 시즌 막판 전역 후 복귀했고 올 시즌 팀 동료 최정(31개)과 함께 이 부문 경쟁을 펼치고 있다. 타율 0.313(291타수 91안타) 26홈런 64타점, 팀의 4번 타자에 걸맞은 장타를 연일 터뜨리고 있다.

‘눈물의 왕자’로 불리던 이형종은 이제 ‘야잘잘(야구는 잘하는 선수가 잘한다)’의 대명사로 불린다. 2008년 계약금 4억3000만 원을 받고 투수로 입단했던 이형종은 팔꿈치 부상으로 2년간 자리를 비웠고 임의탈퇴의 아픔을 겪은 뒤 골프선수로 전향하기도 했다. 이후 타자로서 다시 태어난 이형종은 어느덧 주전으로 도약하며 오래 기다린 LG 팬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최근 부진함에도 올 시즌 타율 0.288(212타수 61안타) 5홈런 26타점을 기록했다. 입단 후 9년이 지나서야 프로 무대에 터를 잡은 이형종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타자 전향 3년 만에 급성장하며 앞으로를 더 기대케 만들고 있다.

▲ 눈물의 왕자 LG 이형종이 타자 전향 3년 만에 놀라운 성장세를 그리며 올스타전에도 초청을 받았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김헌곤(29·삼성)은 앞서 언급한 선수들과 달리 올스타에 뽑히지 못했다. 그럼에도 올 시즌은 김헌곤에게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영남대 졸업 후 2011년 삼성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헌곤은 군 입대 전까지 보낸 4시즌 동안 104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고 이후 상무에 입대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지난해 타율 0.378로 타격왕에 올랐다. 좋은 타격감은 전역 후 스프링캠프까지 계속됐고 박한이 등의 부진 속에 외야 한 자리를 차지했다.

득점권 타율이 돋보인다. 0.391(64타수 25안타). 팀 내에서 가장 높다. 어렵게 잡은 기회인만큼 루상에서 전력질주 하는 것을 보면 그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대기만성(大器晩成). 크게 될 사람은 늦게 성공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완전체로 만들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이들은 앞으로 행보에 대해 더욱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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