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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마녀' 참신한 액션, 철학적 명제 좋지만… 스토리와의 부조화 아쉬움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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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마녀' 참신한 액션, 철학적 명제 좋지만… 스토리와의 부조화 아쉬움 남겨
  • 강한결 기자
  • 승인 2018.06.20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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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OWN

UP
-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액션
- 철학적 명제를 통한 선악에 관한 고찰

DOWN
- 15세 관람가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잔인한 장면과 지나친 욕설
- 상투적인 플롯 구성과 스토리 전개

 

[스포츠Q(큐) 강한결 기자] '신세계' '대호' '브이아이피'로 선 굵은 액션을 선보였던 박훈정 감독이 신작 '마녀'를 선보였다. 남배우 일색이었던 전작과 달리 '마녀'는 여성 캐릭터가 영화의 중심에서 극을 이끌어간다.

'마녀'는 개봉 전부터 주연 배우들의 라인업으로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조민수와 박희순은 믿고 보는 베테랑 배우다. 여기에 젊은 배우 김다미와 최우식이 캐스팅되면서 신구 배우의 조화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주인공 구자윤 역을 맡은 김다미는 1500:1의 경쟁을 통한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작품 '브이아이피'는 비평가들의 박한 평가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며 아쉬운 흥행성적을 남겼다. 1년 만에 돌아온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는 어땠을까?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액션

 

영화 '마녀' [사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박훈정 감독의 영화는 선 굵은 액션으로 관객들에게 장르적 재미를 제공했다. 특히 2013년 개봉한 '신세계'는 한국 느와르 무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마녀'는 그동안 박훈정 감독이 보여줬던 액션을 넘어서 새로운 형식을 개척했다. 느와르 장르의 액션과 SF 장르에서 볼 법한 액션이 혼합되면서, 기존 한국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액션을 탄생시켰다.

김다미가 연기한 구자윤은 뇌 유전자 실험을 통해 탄생한 캐릭터다. 폭력성과 한계가 없는 뇌활용으로 구자윤은 '엑스맨'에 등장하는 뮤턴트와 흡사한 모습을 보인다. 한계를 측정할 수 없는 육체적 능력과 초능력을 겸비한 주인공은 인간병기 그 자체다.

상이한 두 액션 스타일의 충돌은 폭력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배우 박희순은 언론 시사회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미스터 최를 포함한 아날로그 방식의 액션과 구자윤, 귀공자(최우식 분)의 디지털 액션이 충돌하는 것이 '마녀'의 액션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영화 '마녀'는 두 가지 액션의 혼합을 통해 관객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박훈정 감독이 던진 철학적 고찰

 

영화 '마녀'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박훈정 감독은 연출의도를 묻는 질문에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철학적 명제를 담고 싶었다"고 답했다. 감독의 답변처럼 영화는 관객에게 선과 악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 자윤과 귀공자는 동일한 환경에서 탄생한 캐릭터다. 두 인물은 태생부터 폭력적인 유전자를 타고나, 토마스 홉스가 주창한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존재다.

하지만 자윤이 선한 양부모 밑에서 한없이 착한 소녀로 자란 것과 달리 귀공자는 살인행위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야차의 모습으로 성장한다.

영국의 근대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자신의 저서 '리바이어던'을 통해 자연상태의 인간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 놓여있는 존재라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자연 상태의 인간은 계약을 통해 본성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홉스의 사상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철학자 순자의 성악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순자는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규정하고, 후천적 노력을 통해 악한 본성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마녀'의 자윤과 귀공자는 폭력성을 타고난 인물이다. 하지만 정반대의 성장 과정으로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됐다. 더구나 자윤은 격이 다른 폭력성을 지닌 존재였지만, 양부모의 지극정성으로 악한 본성을 숨길 수 있게 됐다.

이는 자윤 모친의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 자윤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그녀의 폭력성과 초능력을 보고 두려움을 느꼈지만, 자윤의 어머니는 올바른 훈육과 사랑을 준다면 착한 아이로 자랄 거라고 남편을 설득했다.

박훈정 감독은 관객에게 선악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곱씹게 했다.

 

#지나친 폭력성과 상투적 스토리 전개

 

영화 '마녀' [사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마녀'는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형태의 액션과 철학적 고찰을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는 매력적인 요소가 서로 뒤섞이면서 묘한 이질감을 형성했다. 마치 최고급 식자재를 사용해 요리를 만들었지만, 개별 재료의 맛이 너무 강해 융합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박훈정 감독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액션은 단순히 스토리를 위한 도구라고 말했지만, 익숙치 않은 새로운 형태의 액션은 오히려 극의 몰입을 깨뜨렸다. 또한 유혈이 낭자하며 피 칠갑을 한 배우들의 모습은 '과연 이 영화가 15세 관람가가 맞을까?'하는 의문을 낳기도 했다.

또한 배우들의 대사에 포함된 지나친 욕설은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느와르 장르의 특성상 등장인물들의 거친 대사를 통한 장르적 재미를 노린 것이겠지만, 일부 배우들은 연기를 위해 욕설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상투적 플롯 역시 아쉬움을 자아냈다. 전반부에서 자윤은 실험실을 탈출한 후 자상한 부모 밑에서 모범적인 여고생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자윤을 찾는 수상한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마녀'의 플롯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구조다. 기억을 잃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그런 주인공의 과거를 들먹이며 위협하는 악당. 이미 우리는 다수의 영화에서 이러한 스토리 구조를 보았다.

'마녀'는 상투적 플롯 구조를 깨뜨리기 위한 도구로 신선한 액션과 철학적 사유를 사용했지만, 두 가지 도구와 플롯이 불협화음을 일으키면서 상투성을 피하지 못했다. 또한 강점으로 예상된 요소가 영화 몰입을 방해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영화 '마녀'는 액션의 새로운 시도와 수준 높은 철학적 명제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장르적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우식과 김다미는 예상을 넘어선 인상적인 연기로 차기작을 기대하게 했다. 박훈정 감독의 '마녀'가 전작의 아쉬움을 극복하고 흥행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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