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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날'을 다듬고 있는 배우 고경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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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날'을 다듬고 있는 배우 고경표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6.03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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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2010년 KBS2 드라마 ‘정글피쉬’로 데뷔한 고경표(24)는 건국대학교 영화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하지만 그는 어느덧 4년 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경력을 쌓은 배우기도 하다. 고경표는 장진 감독이 연출하고 차승원, 오정세, 송영창, 김응수, 안길강, 박성웅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출동한 ‘하이힐’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하이힐’에서 강력계팀 막내 형사 김진우 역을 맡은 고경표는 극에서 김진우의 감정이 절정을 찍을 때 한층 성장했다. 연기 없는 삶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그는 현재 단편 영화 연출과 시나리오 작업으로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스포츠Q 글 이예림·사진 노민규기자] "연기를 하면서 고경표를 지우는 과정이 재밌어요."

사회보다는 아직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은 한창 20대의 절정에 서 있는 배우 고경표. 2010년 드라마 '정글피쉬'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4년차 경력의 배우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카페에서 젊음과 성숙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는 고경표를 만났다.

◆ 연기 인생 중 가장 성숙한 시점에 찍은 '하이힐'

고경표가 ‘하이힐’에서 연기한 김진우는 강력계 형사팀 막내다. 진우는 선배 지욱(차승원)을 동경하고 따른다. 실제로 지욱처럼 따르는 형이 있는 지 물었다.

“극중에서 만큼 따르는 형은 없어요. 진우와 지욱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현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친해진 결과잖아요. 현실에선 그렇게까지 돈독한 관계는 없지만 같은 과에서 친하게 지내는 형들은 있죠. 같이 운동하고 술도 먹고.”

'하이힐'에는 차승원, 오정세, 박성웅 등 '한 연기'하는 선배 배우들이 나온다. 고경표가 시간이 흐른 뒤에 '하이힐'에서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는 누구인지 궁금했다. 고경표는 배우 오정세가 맡은 허곤 역을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극중 허곤은 조직의 2인자이나 ‘상남자’ 지욱을 동경한다. 그러나 지욱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된 뒤에 경외한 만큼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는 캐릭터다.

“허곤은 정형화된 악역이 아녜요. 원수를 경외하는 악역이잖아요. 존경했던 그의 실체에 배신감을 느끼고 치닫는 분노까지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정세 선배님이 워낙 잘해주셔서 더 욕심이 나요.”

 

극중 행방불명된 지욱을 찾아나서는 진우는 끝내 여장을 한 지욱을 발견한다. 남자다워 존경했던 선배의 실체를 확인한 뒤에 진우는 비가 오는 날 장미(이솜)가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지욱에게 전화를 걸어 “선배 예뻤다”고 말한다. 술집을 나온 진우는 조직의 부하들에게 여러 차례 칼에 찔려 죽음을 맞이한다.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를 물었더니 고경표는 이 장면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요? 다래끼가 나서 찍었던 장면이 편집되고 주사를 부리는 장면에서는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촬영했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에 죽기 전 지욱(차승원)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이에요. 감독님, 촬영 스태프분들 다 계셨는데 제가 담배를 폈어요. 영화에서는 담배를 피는 게 나오지 않지만 담뱃불이 있죠. 감독님이 제가 감정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감독님의 배려가 많이 느껴졌던, 제 자신도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에요.”

김진우를 연기하기 위해 고경표는 목소리 톤을 낮추는 데 신경을 썼다고 했다. '하이힐'을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단체 회식에서 주사를 부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연기력의 한계를 느끼고 울었어요. 촬영이 끝난 뒤에 회식이 있는데 저는 밖에 나와서 처마 밑에 있는 고양이들을 보며 울었어요. 그 당시 인물과 선후배 관계를 생각했으면 좋았을 텐데. 발성과 연기의 기술에만 집중해서 연기를 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어요. 반장과 선배 형사들이 있는데 선배한테 취중진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그 만큼 취한 상태여야 하고. 영화를 보고 난 뒤에서야 이해를 했어요. 그러면 안되는 건데.”

"연기 없는 삶은 생각해본 적 없어"

케이블채널 tvN 19금 예능 ‘SNL'에서부터 장진 감독과 오랜 시간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배우 정재영, 신하균, 차승원에 이어 고경표가 장 감독의 새로운 페르소나라는 평들이 많다. 고경표에게 장진 감독은 '채찍'이다.

“감독님은 대단하세요. 작가, 감독, 무대연출가 등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하면서 다 잘해내기 힘든데 감독님은 해내시죠. 저한테 어떤 분이냐고요? 한 마디로 채찍 같은 분이시죠.”

고경표에게 연기를 하지 않았으면 지금 어떤 직업을 꿈꾸고 있는 학생이었을 것 같냐고 물었더니 연기 없는 삶은 상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삶의 전부가 돼 버린 연기가 힘들어지면 그 때는 과감하게 관둘 생각이다.

“연기를 안했으면 대학생이 안 돼 있을 것 같아요. 많이 엇나갔을 수도 있고요. 저는 학교를 다니기도 싫었고 무슨 일을 해도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어요. 제가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지만 막상 제가 연기를 시작하니까 부모님이 지켜만 보셨어요. 2~3년 뒤에 왜 반대를 계속 하지 않았냐고 여쭤봤더니 한 번도 힘들다고 말을 한 적이 없대요. 전 연기 말고 다른 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러나 평생 배우로 살겠다고는 장담할 수 없어요. 제 목표는 ‘행복한 삶’을 사는 거예요. 연기가 제 삶을 뒤흔들 만큼 힘들게 한다면 관둘 생각이에요.”

 

스캔들이 빈번하고 온갖 유혹이 많은 연예계에서 고경표를 지금까지 반듯하게 살아남을 수 있게 한 가치관은 무엇일까. 고경표는 "그동안은 얼굴을 알리기 위해 일을 했고 지금은 내 색깔을 내야할 때"라고 답했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프로 의식이 그를 지켜준 가치관이다.

“신인 시절에는 얼굴을 알려야 했고 주어진 일은 다 해야 했죠. 이제 어느 정도 저를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이제는 막연히 얼굴을 알리기 위해 일을 하지 않고 저만의 색깔을 내기 위한 작품을 선정하고 오디션을 보려고요. 그래서 공백기도 가지려고 해요. 제가 왜 연기를 시작했는지에 대해 진중하게 돌이켜보고 실천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하기 싫었던 작품들도 있지만 하다 보니 배운 것들도 많아요. 이 배운 것들을 토대로 저만의 색깔을 만들어야할 때죠.”

◆ 대학생 고경표가 꿈꾸는 목표와 결혼

데뷔 이후에 작품 활동을 연달아하며 공백기가 없었던 고경표는 이번 기회에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 여행과 단편 영화 연출을 계획하고 있다. 여행은 20대가 끝나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이고 연출은 연기를 공부하면서 생긴 다른 꿈이다. 요즘 그는 단편 영화 때문에 고민이 많다.

“운동도 하고 싶고 해외 여행을 가고 싶어요. 일 때문에 일본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좋은 추억이었거든요. 렌즈삽입술도 해야 돼요. 또 단편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나이가 많은 두 부모님이 재혼해서 가족이 된 성인 자녀가 서로에게 남녀의 감정을 느끼는 내용이에요. 요즘 시나리오 작업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시나리오를 쓰고 있으면 또 좋은 신들이 머릿 속에서 떠올라요. 러닝타임이 제한돼 있으니 장면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어렵더라고요.”

 

20대 배우 고경표가 현재 꿈꾸고 있는 연애와 결혼관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면 아버지가 퇴근길에 “꽁표, 집에 들어가자”며 흙이 묻은 손을 잡았던 때가 그립다는 고경표는 빨리 가족을 만들어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저는 추성훈씨의 가족이 멋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추 선수의 딸인 사랑이가 귀여웠는데 그 다음에는 추성훈씨가 보여요. 강해보이는 남자지만 딸 앞에서는 한없이 여린 아빠죠. 그후에는 아내 야노 시호씨가 보여요. 현명하면서 고집도 있고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여자는 현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앞에서 항상 사랑받길 원하고 저를 사랑해줄 수 있는 여자가 좋죠. 결혼을 일찍 하고 싶지만 그게 뜻대로 되나요? 돈이 있어야 집을 사고 저는 군대도 다녀와야 하고 사회적으로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도 못했고요. 제 여자에게는 좋은 집에 살게 하고 좋은 음식을 먹게 해주고 싶어요. 준비가 된다면 최대한 빨리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취재후기] 최선을 다해 연기를 했음에도 작품이 끝난 뒤 몇 장면을 아쉬워하는 그에게 "아쉬움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고 했더니 이내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치열한 고민, 연기에 대한 열정, 긍정적인 태도를 갖춘 이 배우의 성장기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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