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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리틀야구 사령탑 3인, “세계 제패 비결은 ‘소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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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리틀야구 사령탑 3인, “세계 제패 비결은 ‘소통’이었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8.28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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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후 인터뷰서 "서로 잘했다" 치켜세워, "소속팀 걱정" 한 목소리

[장충=스포츠Q 민기홍 기자] “셋이 착착 맞아들어갔습니다.”

황상훈(33) 코치가 한 마디로 한국 리틀야구가 세계를 정복한 비결을 정리했다. 셋은 그야말로 눈빛만 봐도 ‘통’했다. 코칭스태프가 ‘척하면 척’이니 아이들의 조직력이 극대화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27일 제27회 두산베어스기 전국리틀야구선수권대회 개회식이 열린 장충리틀구장. 박종욱(37) 감독, 박근하(34) 황상훈 코치는 전날 밤 귀국해 여독이 풀리지 않았지만 세계 정복 후 처음으로 열리는 국내 대회에 빠질 수 없었다. 내빈 소개 후 이례적으로 세 지도자의 이름이 함께 호명됐다.

“와~”

▲ [장충=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국 리틀야구를 세계 정상으로 이끈 대표팀 코칭스태프 3인방이 27일 열린 제27회 두산베어스기 전국리틀야구선수권대회 개회식에 앞서 관중석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황상훈 코치, 박근하 코치, 박종욱 감독.

스탠드에서는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다. 푸른색 단복을 맞춰입은 셋은 현장 인터뷰를 쉽사리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선후배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개막식 관람을 위해 구장을 찾은 학부모들의 축하를 받느라 진을 뺐다.

◆ 소통했던 3인방, 서로를 치켜세우다 

“정말 잘 맞았어요. 박 감독님은 혼자 고민하다가도 우리와 함께 의논했어요. 우리가 의견을 낼 때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셨어요. 소통이 잘 됐습니다.”

황 코치의 설명이다. 나이차가 적었던 이들은 고비가 닥칠 때마다 격의 없이 자신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숙소에서는 물론이고 경기 중에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황 코치, 박 코치가 고생했어요. 주루는 황 코치가, 디펜스는 박 코치가 전담했죠.”

박종욱 감독은 자신을 애써 낮추며 황상훈 코치와 박근하 코치를 치켜세웠다. ESPN으로부터 “선수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고 극찬을 받은 이면에는 철저한 분업화와 서로간의 믿음이 있었다.

박 감독은 “즐기는 야구를 했다고 많이 알려졌지만 막상 경기 들어가니 잘 안되더라”며 “애들을 다그칠 때마다 박근하 코치가 나서서 잘 보듬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황 코치가 “보도된 대로 박 코치는 ‘살림꾼, 엄마’다”라고 거들자 박 코치는 “엄마인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총무 역할을 수행했다”고 덤덤히 말했다.

◆ 효율적인 투수 운영, "그저 아꼈을 뿐"

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리틀리그 규정을 완벽히 숙지하고 효율적인 투수 운용을 보여줬다. 에이스급인 최해찬과 황재영, 둘을 든든히 받치는 김동혁과 권규헌의 투구수를 조절해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투수 운용에 대한 칭찬이 쏟아진다는 말을 건네자 "특별한 철학보다는 그저 아끼자는 생각이 우선이었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황 코치는 “옆에서 보는데 운영을 기가 막히게 하시더라”며 단기전 용병술에 감탄을 쏟아냈다.

주루플레이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과감한 홈스틸과 딜레이드 스틸 등으로 시선을 끌었다. 현지 중계진은 한 베이스를 더 파고들기 위해 과감히 움직이는 한국의 적극성에 격찬을 보냈다.

▲ 지난달 10일 아시아-퍼시픽 지역예선 우승 축하연 당시 인터뷰하고 있는 박종욱 감독. 당시 그는 "세계 챔피언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밝혔고 한달 후 그 약속을 지켰다. [사진=스포츠Q DB]

‘주루전담’ 황 코치는 “내가 한 건 특별히 없는 것 같다”며 “모두 애들이 알아서 뛴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번엔 박 감독이 “잘 가르쳤으니 잘 뛴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 하루 아침에 슈퍼스타로

박종욱 감독은 눈코 뜰 새가 없다. 국제 그룹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4-2로 물리쳤을 땐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차마 받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이토록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며 “KBS 아침마당, SBS 나이트라인, YTN 뉴스 등 생방송에 나가야 하는 일정이 줄을 잇고 있다”며 “말도 잘 못하는데 큰일이다”라고 걱정했다.

‘전국구 스타’가 되었다는 덕담을 건네자 박 감독이 답을 하기도 전에 주변 사람들이 “전국구 스타가 아니라 세계적인 스타 아닌가”라고 거들었다. 미국 내 500만 명이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를 시청했으니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다.

박 감독은 “한국에서 알아보시는 분은 없는 것 같다”라며 “귀국하는데 공항에서 필라델피아와 댈러스 공항에서 나를 알아보고 사인 요청을 하더라”는 일화를 들려줬다.

◆ “이제는 소속팀으로”, 박 감독은 부담

세 지도자의 ‘한여름밤의 꿀’같은 스토리는 막을 내렸다. 이제는 소속팀에 전념할 때다. 박 감독은 세계 정상에 오른 지도자인 만큼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 동대문구 사령탑인 그는 “네 달 정도 팀을 비웠다. 이번 시즌 우승이 한 차례도 없는데 큰일”이라며 “두산베어스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대표팀에 다녀온 안동환, 전진우가 제 컨디션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강동구 감독인 박근하 코치는 황재영 없이 두산베어스기 대회를 치러야 한다. [사진=스포츠Q DB]

박근하 코치는 강동구의 감독이다. 강동구에는 이번 대회 최고 스타 황재영이 버티고 있다. 올해 도미노피자기에서 저학년부 4강에 들었던 것이 최고 성적이다. 박 코치는 "남은 시즌 목표는 따로 없고 다음 시즌 대비 훈련을 중점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대문구의 수장 황상훈 코치도 이번 시즌 부담은 덜었다. 서대문구는 황 감독이 대표팀에 차출되기 직전인 지난 7월 남양주다산기대회에서 준우승하는 성과를 올렸다. 황 코치는 "남은 대회에서 4강권에 들면 만족한다"고 전했다.
 

■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세계 정상에 오르기까지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지난달 5일 막을 내린 2014 세계리틀야구 아시아-태평양 지역예선대회 12세 이하 디비전에서 6전 전승을 거두고 29년 만에 아시아-퍼시픽을 대표해 월드시리즈에 나섰다.

월드시리즈에서 체코, 푸에르토리코, 일본을 완파해 국제 그룹 준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멕시코를 꺾고 올라온 일본과 재대결해 12-3 완승을 거두고 결승전에 올랐다. 미주 대표 일리노이 그레이트 레이크마저 8-4로 꺾고 세계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 대표팀 코칭스태프 3인 약력 

△ 박종욱 감독 : 중앙고-영남대 / `07~`11 광진구 리틀 감독 `12~ 동대문구 리틀 감독 
△ 박근하 코치 : 신일고-영남대 / `08~ 강동구 리틀 감독 
△ 황상훈 코치 : 충암고-제주관광대 / `10~ 서대문구 리틀 감독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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