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18:39 (월)
[SQ포커스] 눈물 쏟아낸 '3관왕' 니퍼트, 6년 직장 두산베어스가 고마운 이유
상태바
[SQ포커스] 눈물 쏟아낸 '3관왕' 니퍼트, 6년 직장 두산베어스가 고마운 이유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11.14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 선수로 4번째 MVP 영광에 팀원들에 공로 돌린 에이스의 눈물

[스포츠Q(큐)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MVP는 두산 베어스 팀원들 노력의 결과물이다.”

마운드에서 차가운 심장으로 공을 던지는 두산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5)가 최고의 영예로 3관왕을 차지한 무대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평소 팀을 끔찍하게 아끼기로 유명한 자신의 MVP 수상도 두산 팀원들과 구단에 돌린 니퍼트다.

니퍼트는 14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530점)를 제치고 영예의 MVP에 선정됐다. 니퍼트는 816점 만점에 642점을 획득했다.

▲ 니퍼트가 14일 KBO 시상식에서 MVP 트로피를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외국인 선수로는 타이론 우즈(1998년), 다니엘 리오스(2007년), 에릭 테임즈(2015년)에 이어 역대 4번째 수상이다. 두산 선수로는 박철순(1982년), 김상호(1995년), 우즈(1998년), 리오스(2007년)에 이은 5번째다. 니퍼트는 부상으로 기아자동차 K7 하이브리드를 받았다.

두산 에이스로 활약한 니퍼트는 올 시즌 167⅔이닝을 던지며 22승 3패(승률 0.880) 평균자책점 2.95 142탈삼진을 기록,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다승과 승률, 평균자책점 3관왕을 달성한 니퍼트는 이날 MVP까지 총 4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취재진과 마주한 니퍼트는 “내가 MVP를 받은 게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팀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MVP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특히 포수 양의지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울먹이며 소감을 밝혔다.

눈물의 의미를 물은 질문에는 “팀원들을 향해 흘리는 눈물이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생업으로 할 수 있어 매 순간 감사하다. 나이도 들고 있는데 이런 자리에 올라와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소감을 말하는 내내 눈물을 훔친 니퍼트다.

니퍼트는 벌써 6년째 KBO리그에 몸담고 있다. 2011년 처음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올해까지 부동의 에이스로 뛰고 있다.

본인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에 리그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을 테지만, 니퍼트는 “팀에 감사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 니퍼트가 14일 KBO 시상식에서 MVP에 선정된 뒤 눈시울을 붉히며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6년 전을 떠올리면 이렇게 오래 한국에서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 했을 것”라며 말문을 연 니퍼트는 “한국에서 내 커리어가 되살았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라고 한국 무대가 본인에게 기회의 장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두산이라는 팀을 만난 게 영광이라고 밝혔다.

“어렸을 때 작은 시골에서 자라면서 힘들었던 시간이 많았다. ‘해내지 못할 거다’라고 한 사람들이 있었다. KBO가 도움을 많이 줬다고 생각한다. 두산이 아닌 다른 팀이었다면 이런 업적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두산의 수평적인 팀 문화도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선수들 간 호흡이 잘 맞다”고 입을 연 니퍼트는 “한국 사회는 선후배 관계를 중요시 여기지 않나. 그런데 두산은 직위와 나이를 불문하고 공평하게 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어린 선수들도 자기 의사를 맘껏 표현할 수 있고 자신의 기량을 가감 없이 펼칠 수 있다”고 웃어보였다.

▲ 니퍼트가 14일 KBO 시상식에서 MVP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아내와 입을 맞추고 있다.

니퍼트 본인에게 두산은 최고의 팀이기 때문에 지난해 한국시리즈 업셋 우승을 차지한 팀이 ‘미러클’이라는 말을 듣는 게 탐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두산이 기적에 기대는 게 아니라, 리그를 제패할만한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과정을 보면서 ‘미러클 베어스’라는 말을 많이 하던데 난 용납하지 못했다.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올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선수들이 군대에서 돌아왔고, 마이클 보우덴과 닉 에반스도 합류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투수 3관왕과 20승, 그리고 팀 2연패. 니퍼트가 내년 시즌 이룰 목표가 또 있을까. 내년을 준비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울 것 같지만 니퍼트는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해냈다는 마음을 가지면 포기한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며 눈빛을 반짝인 니퍼트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아직 KBO와 두산에 해줄 일이 남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