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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로 변신한 양상문 감독, 매너에서도 패한 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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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로 변신한 양상문 감독, 매너에서도 패한 두산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4.10.1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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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지난 5월 13일 LG 감독으로 부임한 양상문 감독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에 집중하겠다. 우직할 정도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말로 취임일성을 대신했다.

이렇게 시작한 양상문 감독은 승패 마진 -16이라는 회복하기 어려운 과정을 우보의 걸음으로 인내하며 걸었고 마침내 지난 11일 두산을 15-2로 물리치며 5할 승률을 넘어서는 기적을 일궜다.

지난 9일 벌어진 잠실 KIA전에서는 초반 0-6의 점수차를 극복하며 10회 연장전 승부 끝에 7- 6 역전승을 거뒀다. 끈질긴 승부근성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LG는 183일 만에 5할 승률에 올라서며 ‘가을의 전설'을 쓰고 있다. 양 감독은 롯데 사령탑 시절 실패의 아픔을 맛본 경험이 있다. 2004년 전임 백인천 감독의 후임으로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꼴찌(8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듬해인 2005년에는 5위로 성적을 끌어올렸으나 재신임을 받지 못하고 재계약에 실패하게 된다. 롯데 최초의 부산고 출신 감독이었다. 그 전까지는 경남고와 부산상고 출신만 감독을 역임했다.

해임된 후 2006년에 MBC ESPN에 영입되어 해설자로 데뷔했다. 도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투수 코치를 맡았고, 같은 해 11월부터는 LG의 1군 투수 지도를 담당했다. 와신상담, 수련의 과정을 밟으며 야구의 안목을 넓혀나갔다.

기회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는 주어지며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고 했다.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LG는 김기태 감독 경질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하고 양 감독을 영입했다.

양 감독은 막중한 짐을 졌다. 어느 누구도 LG가 5할 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기적’이라고 표현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2경기를 남기고 있는 13일 현재 어느덧 종착점에 도달하고 있다. ‘4강 진입’이 눈앞에 보인다. 설사 포스트시즌 진입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A+의 우수한 성적표다.

지난 11일 잠실구장은 LG팬에게 축제의 한마당이 됐다. 반면 두산은 경기에서 대패했음은 물론 매너에서도 패배한 치욕의 날이 되었다. 스퀴즈 2개를 LG에 내주며 약이 오를대로 오른 유니에스키 마야가 LG 벤치에 손가락 욕설까지 했다.

이런 행동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동으로 한국야구를 우습게 여기는 데서 오는 오만한 행동이다. 구단 이미지를 먹칠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두산을 아끼는 팬들에게도 큰 실망감과 함께 누를 끼친 안타까운 일이다.

두산은 가을야구에서 멀어지며 상실감이 크겠지만 그것을 이렇게 풀어서야 되겠는가. 라이벌LG는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기쁨에 젖어있지만 두산은 탈락의 고배를 맛봤다.

승자는 실패의 원인을 찾지만 패배자는 남을 원망한다. 두산은 이번 시즌 실패의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 2015년을 대비해야 한다. 프런트는 포스트시즌 탈락을 통해 희생양을 찾기에 앞서 통렬한 자기 성찰을 해야할 것이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느낄 정도다. 마야 사건을 처리하는 KBO의 입장은 무엇인지, 두산 프런트는 어떤 입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순한 실수의 문제로 치부할 일은 분명히 아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프로야구 전체의 수치다.

이 일은 한국프로야구사의 불명예의 전당에 오를 만한 중대한 사건이라고 본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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