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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스니아] 손흥민 '짜증'-기성용 '분노', 방식보단 메시지에 귀 기울일 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6.02 11:32 | 최종수정 2018.06.02 12: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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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장밋빛 전망들이 펼쳐졌던 온두라스전과는 또 달랐다. 출정식과 주장 기성용(29·스완지 시티)의 센추리 클럽 가입을 겸해 필승을 다짐한 축구 대표팀이지만 결과는 뼈아팠다.

특히 대표팀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기성용과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의 불만은 컸다. 4년 전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동료들을 향해 채찍을 꺼내들었다. 신태용 감독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스스로 월드컵에 대한 진중한 태도와 자세를 낮추는 면을 보이는 이들이다.

 

▲ 손흥민이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에서 1-3으로 패한 뒤 답답한 심경을 표정으로 나타내고 있다.

 

무릎이 좋지 않아 소집 이후 훈련에서 가벼운 운동만 하고 지난달 28일 온두라스전에도 벤치를 지켰던 기성용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선발로 나섰다. 자신에겐 A대표팀 100경기 출전, 센추리 클럽을 달성하는 의미 깊은 경기였지만 그런 부분을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안정적인 볼 키핑과 넓은 시야, 정확한 패스 등을 바탕으로 대표팀은 물론이고 소속팀에서도 줄곧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던 기성용은 더욱 원활한 볼 배급과 수비의 안정화를 위해 스리백의 중심, 스위퍼로 나섰다. 공격 시엔 조금 더 올라서 안정적인 빌드업을 이끄는 ‘포어리베로’ 역할이었다.

◆ 주장완장 벗어던진 기성용, “남자답게 하자”

그러나 쉽지는 않았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기성용은 “결과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모두 아쉬웠던 경기”라며 “스웨덴전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고 평했다.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했다. “(센터백) 훈련을 이틀 정도만 해서 라인 간격이나 호흡이나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반에도 2골 내줬다. 그런 부분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며 “자주 섰던 포지션이 아니기 때문에 쉽다고 말은 못하겠다. 좀 더 훈련한다면 충분히 잘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포지션으로 나서든 선수들을 잘 이끌어 가야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든다. 오늘 경기만 보면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선제골을 내준 지 3분 만에 이재성의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지만 추가시간 허무하게 추가실점하며 전반을 마쳐야 했다. 기성용은 라커룸으로 향하며 주장 완장을 던져버렸다. 이례적인 행동이었다. 그는 “경기에서 지고 나오니 당연히 화가 났다. 팬들께도 죄송하고 분위기도 상당히 좋게 만들어주셨는데 경기력 면에서 미흡한 점이 있는 것 같아서”라며 “지금 상황에선 팬들 응원이 상당히 절실하고 그런 게 선수들에게 힘이 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팬들이 실망할 수 있고 그런 부분이 저로서 걱정이 돼서 개인적으로도 실망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출정식을 마친 뒤 코칭스태프가 믹스트존을 빠져 나간지 한참이 지나도록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는 기성용의 ‘잔소리’가 길어졌기 때문이었다.

 

▲ 출정식에서 선수단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기성용은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월드컵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한국 축구, K리그 등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하는 무대다. 오늘과 같은 경기력으로는 월드컵에선 쉽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고 좀 더 진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2014년과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반면에 집중하고 준비하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선수들에게 ‘남자답게 하자’고 말했다는 기성용. “경기장 안에서 실점하는 부분도 그렇고 너무 쉬운 실수들을 했다. 상대가 잘해서 실점하면 어쩔 수 없지만 오늘 실점 상황은 선수들이 안일하게 준비를 했던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그런 게 아쉬웠다”며 “전술적인 걸 떠나서 선수들이 몇 미터 당겨주지 못하는 점, 클리어링을 안일하게 했다든지 하는 게 아쉬웠다. 그런 실수들이 월드컵에서 나오기 시작하면 감당할 수 없다. 그라운드에 들어갔으면 그런 실수들 안 나올 수 있게 남자답게 준비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기성용의 ‘남자답게’라는 표현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나 그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국가대표로서 더욱 책임감을 갖고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내자는 뜻으로 풀이해볼 수 있었다.

◆ 손흥민의 짜증, 방식 아쉬워도 메시지는 분명하다

경기를 마친 손흥민의 표정에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아쉬움을 넘어 불만과 분노까지도 엿볼 수 있었다. 스스로도 이날 경기에서 완벽한 골 찬스를 놓쳤고 경기 도중 동료들에게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중계 카메라에 그대로 포착되기도 했다.

손흥민은 취재진 앞에서 작심 발언을 했다. 보완점을 묻는 질문에 “늘 똑같은 질문을 받는다. 전체적인 부분을 다 개선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많이 아쉽다. 스리백은 한국에서는 처음 써보는 포메이션이다. 선수들이 잘 이해했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는 손흥민.

 

그러나 그는 경기력보다는 ‘멘탈’을 강조했다.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부분을 제일 먼저 개선해야 할 것 같다”며 “월드컵 무대는 이정도로는 택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상태로 간다면 2014년보다도 더 큰 창피를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냉정해야 하고 그렇게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점이다. 자신감이 떨어지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조금 더 진지하게 준비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4년 전 월드컵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냈던 손흥민. 그는 “눈물을 흘리고 안 흘리고 중요한 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더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선수들이 월드컵에 가본 선수도 있고 아닌 선수도 있는데, 나도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더 느끼는 것 같다. 경기장에 나가면 한 발이라도 더 뛰고 싶고 선수들에게 모범도 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손흥민은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지만 공격이 전개될 때 뒤로 빠지며 공을 배급하는 역할도 병행했다.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은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료들이 실수를 할 때 답답해하는 장면도 여러차례 포착됐다. 이에 대해 “지고 있을 땐 짜증도 난다.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데 누가 지고 있는데 실실 웃을 수 있겠나”라며 “선수들에게 가끔은 짜증나는 소리도 해야 하고 선수들에게 냉정하게 경기장에서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못해서가 아닌 쓴 소리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용이 형이 못하면 나도 쓴 소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못하고 나서 ‘다음 경기 잘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때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이 제일 많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손흥민이 이날 경기에서 보인 다소 부진했던 플레이와 대놓고 짜증을 내던 장면 등이 오버랩됐기 때문일까, 누리꾼들은 그의 행동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손흥민은 동료들의 잘못만을 따져 물은 게 아니다. 가장 먼저 “4년 전 결과 반복한 것 같아 아쉽다. 팬분들께 죄송하다는 마음이 든다. 제가 좀 더 잘했어야 됐는데, 책임감이 들고 아쉽다”고 말했다. 손흥민 정도의 위상이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대표팀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위치다. ‘악역’을 자처했다고도 볼 수 있고 경기력이 좋지 않았기에 설득력이 더욱 실리지 못한 것은 있지만 분명히 대표팀이 새겨들어야 할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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