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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심석희의 용단, '성폭행' 조재범 처벌 넘어 체육계 개혁 밑거름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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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심석희의 용단, '성폭행' 조재범 처벌 넘어 체육계 개혁 밑거름 돼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1.10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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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미성년 때부터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당초 폭행 사건으로 인해 게재됐던 청와대 청원 게시물은 심석희의 성폭행 피해 사실 폭로 이후 순식간에 20만 넘는 동의를 받아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게 됐다.

얻을 게 없는 싸움을 택한 심석희는 이날 진천선수촌으로 복귀했다. 누구보다 괴롭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다시 훈련을 한다는 것 또한 보통 일이 아니다. 국민들은 물론이고 체육계와 언론, 입법부 등에서 그 용기에 보답해야 할 때다.

 

▲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오른쪽)을 비롯한 시민단체 등이 10일 프레스센터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재범 전 코치는 심석희에 대한 폭행 건으로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았고 오는 14일 2심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성폭행 사실이 수면 위로 나타난 만큼 추가적인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형량은 당연히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 심석희는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성폭행 사실을 밝히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러한 피해가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

1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젊은빙상인연대를 비롯한 문화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100인의여성체육인,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8개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쇼트트랙 선수 출신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2개월여 전부터 빙상계 성폭력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5~6건의 의혹이 있고 피해자로부터 직접 성추행에 대해 확인한 것도 2건이 된다고 밝혔다.

 

▲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체육회 혁신 방안에 대해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더 범위를 넓히면 문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가 빙상계를 비롯한 이러한 실태에 눈을 감고 있다는 의혹도 크다. 지난해 4월엔 전 쇼트트랙 선수이자 대한체육회에서 근무하던 최민경이 간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장을 접수한 일도 있었다. 이밖에도 리듬체조와 바둑계에서도 성추행 ‘미투’가 있었다.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퇴 압박을 받기도 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부랴부랴 사과문을 발표했다. 여기엔 체육계 비위근절 전수조사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번 전수조사 등을 체육계의 악습을 근절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선 사회집단이나 이해집단이 불리한 문제나 현상이 있을 경우 조직적으로 침묵하거나 은폐하는 행위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만 한다.

나아가 체육계의 금메달 지상주의 문화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성적에 대한 압박과 그로 인한 협박이었다. 성적을 빌미로 선수들이 훈련장 밖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근간을 제거해야 한다.

 

▲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는 오는 14일 2심을 기다리고 있다. 추후 형량은 현 징역 10개월보다 훨씬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성적보다는 인권을 더 중시할 수 있는 교육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선수들을 아래 사람으로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부터 바꿔가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당장 특별조사반을 꾸려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현장 조사에 착수했고 회원종목단체와 시도체육회를 대상으로 (성)폭력, 조직 사유화, 횡령 및 배임, 승부 조작과 편파판정 등 스포츠 4대 악(惡)에 대한 조사도 이어간다. 여성 전문위원을 증원해 여자 선수들의 인권 침해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위험요인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국회에서도 조재범 전 코치와 빙상계, 나아가 체육계 전반에 대한 대책 수립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체육계 자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정부와 국회 등에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아닌 결연한 각오로, 국민적 눈높이에 시선을 맞추고 공감대를 살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심석희의 용기 있는 행동은 스포츠계의 오래된 치부를 드러나게 했다. 심석희의 용단이 건전한 스포츠 문화를 위한 씨앗이라면 물을 주고 보살피는 역할은 나머지의 몫으로 남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진정한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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