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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과 전자랜드의 실험, 프로농구가 살아났다! [민기홍의 운동話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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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과 전자랜드의 실험, 프로농구가 살아났다! [민기홍의 운동話공장]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05.01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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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프로농구가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끝 모르고 추락하던 농구인기는 챔피언결정전 5경기 전부 매진으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3,4차전을 현장에서 지켜봤는데요. 모처럼 농구장에서 뜨거운 기운을 느꼈습니다.

프로농구연맹(KBL)이 배포한 자료를 살펴보면 올 시즌 정규리그 입장 관중은 76만3890명(경기당 2829명)으로 지난 시즌 75만4981명(경기당 2796명)보다 1.2% 늘었습니다. 매 시즌 반복되는 심판 판정 논란, 장신 외국인 키 제한 등 전 집행부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실망한 농구팬들은 등을 돌렸지요. 증가폭이 크진 않지만 일단 반등할 기미는 보인 셈입니다.

 

▲ 전자랜드의 첫 우승을 간절히 바란 팬들. [사진=KBL 제공]

 

플레이오프로 범위를 좁히면 지표는 더욱 긍정적입니다. 21경기에서 10만4718명(경기당 4987명)이 농구장을 찾았습니다. 직전 시즌 22경기 8만8111명(경기당 4005명) 대비 24.5%나 올랐습니다. 총 관중이 10만 명을 돌파한 건 2014~2015 이후 4시즌 만입니다. 프로야구 개막이 어느 해보다 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기자는 KBL과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가 보인 행보에서 더 큰 희망을 봤습니다. 한데 왜 전자랜드냐. 출범 23시즌 만에 처음으로 고대하던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서? 아닙니다. 연맹과 협업해 시도한 티켓세일즈 즉, 통합마케팅을 위한 걸음마에서 고무적인 점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산업 취재를 통해 파악한 성과들을 이번 칼럼을 통해 알리고자 합니다.

한국의 스포츠구단은 일반적으로 인터파크 혹은 티켓링크 등 티켓 예매업체와 제휴하죠. 전자랜드는 올 시즌부터 빅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에 컨설팅하는 회사 웨슬리퀘스트와 동행했습니다. 작업을 진두지휘한 김정윤 웨슬리퀘스트 이사는 KBL 농구발전위원 13인 중 한 명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 등과 일한 스포츠 전문 컨설턴트입니다.

 

▲ 삼산월드체육관을 가득 메운 농구팬들. [사진=KBL 제공]

 

전자랜드는 먼저 티켓 통합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전자랜드 경기를 ‘직관’하려면 티켓 구매 전용 웹사이트(etlticket.kbl.or.kr)를 방문해야 합니다. 지난 시즌까지 10단계가 넘던 예매 절차가 5단계로 줄었습니다. 시즌 초반엔 서버 불안정, 접속 오류 등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팬들의 불만도 나왔습니다. 여러 차례 수정·보완 작업 끝에 자리를 잡았더군요. 인천 연고 프로농구단을 20년 넘게 응원한 이지수 씨는 “예매 간소화를 체감했다”며 “불필요한 사용자환경(UI)이 없어 확실히 편하더라”고 밝혔습니다.

구매 단계 축소보다 더 큰 결실은 데이터 축적입니다. 지난해 7월부터 3개월 동안 KBL 세일즈·마케팅 아카데미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관중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누가 농구장을 찾는지, 누구와 함께 찾는지, 어느 팀을 상대할 때 찾는지 등 농구팬의 니즈 파악을 위해 발로 뛰었습니다. 김정윤 이사는 “데이터를 분석하면 지역별 특성도 나온다”고 귀띔합니다. 이를테면 원주 DB 프로미 같은 구단은 △ 시민들의 충성도가 높고 △ 팀 성적에 크게 좌우 받지 않는다 등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는 겁니다.

목적을 가진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건 팬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뜻입니다. 전자랜드는 개막 첫 3경기 패키지권 이름을 ‘시발다이김 백희지(始發多利金 百喜知)’라 명명했습니다. ‘전자랜드와 시작을 함께하면 많은 이로움과 기쁨을 가져다 준다’면서요. 독특하고 발칙한 마케팅입니다. 일일권 아니면 시즌권인 예매 구조에서 탈피한 겁니다. 패키지권은 플레이오프에도 적용됐습니다. 좋은 자리에 한해 현대모비스와 챔피언결정 3,4차전 권을 한데 묶어 판 거죠. 결과는 대박이었습니다. 김정윤 이사는 “객단가 19만 원짜리 벤치 뒤 좌석도 완판됐다”며 “프로농구도 되는 콘텐츠라는 걸 일깨워준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 김정윤 웨슬리퀘스트 이사. 전자랜드의 티켓세일즈 전략을 수립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조건희 전자랜드 대리는 “플레이오프 포함 인천 연고 농구단(대우 제우스-신세기 빅스-SK 빅스-전자랜드 블랙슬래머-전자랜드 엘리펀츠) 역대 최고 수입을 달성했다. 전 시즌 대비 20% 매출이 올랐다”며 “선수들이 잘 해준 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자랜드가 22년 만에 소원을 이뤘으니 틀린 말이야 아니지만 지나친 겸손 아닌가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전자랜드 프런트와 컨설팅 업체 임직원·인턴이 없었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공적입니다.

KBL도 무척 고생했습니다. 전자랜드와 통합마케팅 외에 KBL TV(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기반 홍보콘텐츠), 보이스 포 KBL(팬 의견 수렴 창구 웹사이트), 데이터 경진대회(데이터 기반 신규 콘텐츠 개발 공모전), 농구영신(12월 31일과 새해 1월 1일에 걸친 농구경기), 드래프트 판타지 게임(선수 기록을 실시간으로 연동해 즐기는 데이터 분석형 게임) 등 다채로운 시도로 소통·집객에 힘썼습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전자랜드가 시즌 초 내놓은 패키지권. 상품명이 흥미롭다. [사진=전자랜드 제공]

 

지난해 7월 KBL과 연을 맺은 이정대 총재-최준수 사무총장은 현대자동차 계열사에서 수년을 일한 인물입니다. 재계서열 2위 그룹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들의 역량이야 의심할 바 없습니다. 다만 현대모비스 부회장, 이노션 캠페인본부장을 각각 지낸 이들에게 스포츠는, 그중에서도 프로농구는 너무 작은 판이라 대충 하다 가진 않을지 우려했던 게 사실입니다. 한 시즌을 지켜보니 기우였습니다.

지난 1월 데이터 경진대회에서 최준수 총장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 지상파 방송이 스포츠뉴스에서 프로농구를 V리그(프로배구)와 비교하며 깎아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최 총장은 “프로농구를 마음껏 때려도 좋다. 미디어에선 어떻게든 다뤄만 달라”고 말하더군요. “비판은 애정의 또 다른 표현이라 그나마 기회가 있는 것”이라면서요. 올 시즌 KBL이 내건 슬로건 ‘와이드오픈’이 말로만 포장한 포부가 아니란 걸 그때 알았습니다.

전자랜드와 KBL은 크면서도 의미 있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 이정대 KBL 총재. 2018~2019시즌 슬로건은 농구용어 '와이드오픈'이었다. [사진=KBL 제공]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통합마케팅은 이상(理想)입니다.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어 실행이 쉽지 않습니다. 프로농구의 현주소는 어떻습니까. △ 시청률이 너무 낮아 지상파가 외면하고 △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에 오를 일이 없고 △ 미국프로농구(NBA)와는 다른 종목이란 달갑잖은 평을 듣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모두 사실입니다.

무너진 판을 재건하는 일, 쉽지 않습니다.

첫 술에 배부르겠습니까.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초조해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조만간 두 구단이 전자랜드에 이어 티켓세일즈 프로젝트에 합류한다는군요. 10구단 사무국장들이 통합마케팅 공부를 위해 모인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반드시 성공하길 바랍니다. 팬들도 위기의식을 갖고 노력하는 농구계에 힘을 실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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