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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타고나지 않아 빛나는 배우 지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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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타고나지 않아 빛나는 배우 지창욱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5.19 10:0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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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지난 3월 한국 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 1위로 뽑힌 ‘기황후’가 낳은 스타 지창욱(27)은 2006년 영화 ‘데이즈’로 데뷔해 어느덧 연기 8년 차에 접어든 배우다.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넷째 아들로 나온 그는 당시 22세의 어린 나이에 손현주, 이필모, 조진웅 등 연기 내공이 뛰어난 선배들의 연기를 가까이서 보는 행운을 얻는다. 이후 그는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 ‘무사 백동수’ ‘총각네 야채가게’ ‘다섯 손가락’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연기 역량을 넓혔다. 작품 속 캐릭터를 분석할 때 미쳐버릴 것 같다는 그는 타고난 재능이 아닌 노력과 집념으로 만들어진 배우다.

[스포츠Q 글 이예림·사진 최대성기자] 월화드라마에서 1위를 독식하며 28.7%의 시청률로 종영한 ‘기황후’에서 여성 시청자들을 ‘타환앓이’에 빠지게 하고 남성 시청자들로 하여금 ‘저 친구 누구야?’라고 다시 보게 한 지창욱. ‘기황후’가 끝난 뒤에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를 지난 15일 청담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대본을 수없이 읽고 만든 캐릭터, 타환

지창욱은 ‘기황후’로 칭찬을 너무 많이 받아서 부끄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창욱이 ‘기황후’를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잠과의 결투였다. 그렇지만 맡은 캐릭터에 사명감을 가지라는 손현주 선배의 조언으로 잠을 뿌리치고 대본을 손에 잡았다.

“대본을 읽을 시간이 충분치 않았어요. 여기서 대본을 더 볼지, 잠을 더 잘지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죠. 결국은 대본을 많이 봤어요. 손현주 형이 통화로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제가 맡은 캐릭터에 사명감을 갖고 하라고. 타환을 끝까지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죠. 여담이지만 담배를 피다가 잠든 적도 있어요. 하하. 다른 선배님들은 다 잠을 안자면서 하나봐요. 그런 거 보면 저도 폐를 끼치지는 말아야지란 생각으로 버텼죠.”

 

극 초반에 타환은 글을 읽을 줄 모르고 심성이 유약한 캐릭터다. 원나라의 모든 권력을 가진 연철(전국환)에게 휘둘리는 꼭두각시 왕이다. 그러나 승냥(하지원)을 사랑하고 이윽고 글을 깨우치게 되고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타환은 강인한 모습으로 변한다. 이 입체적인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그래서 대본을 더 많이 봤어요. 대본 밖에 볼 게 없었어요. 타환은 유독 머리로 계산을 많이 해야 했던 인물이에요. 2회 때 처음 등장하는데 25부에 나오는 타환은 다른 캐릭터고 마지막 타환의 모습은 또 다르거든요. 심지어 타환은 한 에피소드에 웃었다가 울었다가 두려움에 떨기도 했으니까요. 한 번에 급격한 변화를 줘서 임팩트를 주느냐 아니면 서서히 변해서 복선을 깔아주느냐에 대해 PD님이랑 얘기도 많이 했어요.”

◆ “‘기황후’가 끝난 뒤에 달라진 건 별로 없어”

‘기황후’가 낳은 스타, 지창욱은 자신이 작품에서 차지한 비중은 2%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겸손한 답변이 아닌가 싶었는데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적절한 겸손이 베어나온 답을 했다.

“언제 한 번 ‘기황후’에서 제가 얼마만큼 차지했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저는 28%가 전체라면 2%라고 답했죠. 왜 이렇게 적게 매기냐고 재질문을 받았는데 ‘기황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 정도면 굉장히 후한 점수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좋은 선배님들이 너무 많았어요."

강동원, 조인성, 현빈 등과 함께 지창욱은 ‘하지원의 남자’가 됐다. 하지원은 작품의 흥행은 물론, 함께 한 남자 파트너까지 돋보이게 하는 히트메이커로 유명하다. 오랜 시간 하지원과 함께 촬영하면서 받게 된 영향은 무엇일까.

“하지원 선배님은 긍정적이고 밝은 배우예요. 연기력이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요. 지원 누나는 현장에서 항상 웃었어요. 그래서 즐겁게 촬영을 했는데 시청자들도 좋게 본 것 같아요. 지원 누나가 3~4일 밤을 새는 경우도 많고 거기다 예민해도 누가 이상하게 안 보는 여배우인데 항상 웃고 있어요. 저도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지원누나는 시청자들이 어떤 장면을 좋아하고 남자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걸 잘 알아요. 이래서 드라마 ‘시크릿가든’을 포함해 전작들이 잘됐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싶었죠. 지원 누나에게 많이 물어보고 배웠죠.”

 

‘기황후로 시작해서 타환으로 끝났다’는 말이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회가 거듭될수록 그의 분량은 점점 늘어났으며 급기야 마지막 회를 피와 함께 강렬하게 장식했다.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지고지순함과 집착을 가진 유약한 심성의 미남 왕에 젊은 여성 시청자들이 빠져들었다. '기황후' 방송이 끝날 때마다 인터넷에는 그의 인상적인 연기에 대한 기사들과 평들이 많았다. 지창욱에게 ‘기황후’를 통해 바뀐 건 무엇이냐 물었더니 “별로 없다”고 답한다.

“드라마 시작부터 역사 왜곡 등 논란이 많았어요. 타환 역도 원래 다른 배우 분이 캐스팅됐고요. 제가 합류하게 됐을 때 부담감이 컸어요. 눈치도 보이고. 고민도 많이 됐는데 그냥 제 할 일을 잘 하자고 생각했어요. 방송이 나가고 나서 시청자분들이 잘 봐주셨고 작가, PD님이 저를 조금씩 믿어주기 시작했어요. ‘기황후’가 끝나고 달라진 거 별로 없어요. 광고가 좀 더 들어오고 작품, 대본이 더 들어온다는 것 이외에는. ‘기황후’는 이미 끝난 작품이고 제게 좋은 추억이에요. ‘기황후’뿐만 아니라 어떤 작품이든 끝나면 항상 배워요.”

요즘 송승헌이 첫 노출 연기에 도전한 영화 ‘인간중독’이 화제다. 지창욱도 베드신, 노출 수위가 높은 작품에 출연할 마음이 있는지 궁금했다.

“사실 그런 영화가 얼마 전에 들어왔어요. 제 옷을 벗는다는 게 아니라 제 자신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게요. 노출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과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아직은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정중하게 거절했는데 언젠가 한 번쯤은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만약 찍게 된다면 어머니께 얘기 못할 것 같아요. 하하.”

◆ 남중, 남고 나온 평범한 지창욱의 목표는 ‘좋은 배우’

8년의 연기 경력 끝에 이제야 제대로 빛을 보고 있는 지창욱은 청춘 20대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는 청년이기도 하다. 20대의 지창욱의 연애관과 결혼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항상 연애는 하고 싶어요. 그런데 일과 연애를 같이 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어떤 사람에게 믿음을 주고 얻는 게 남녀 사이든 친구 관계든 쉽지 않죠. 남중, 남고를 나와서 여자 친구들을 20세 때 처음 봤어요. 불편하고 전혀 다른 생물체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끔씩 결혼을 빨리 하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결혼에 대한 환상이 많은데 결혼한 형들을 만나면 98% 정도가 결혼을 늦게 하라고 해요. 그래도 늦기 전에 하고 싶어요. 좋은 배우, 남편, 아빠가 되고 싶어요.”

지창욱은 드라마 ‘다섯 손가락’에서 피아노가 전부였지만 화재로 인해 새끼손가락을 잃는 유인하를 연기했다. 피아노 커리어도 사랑하는 여자(진세연)도 형(주지훈)에게 뺏겨 감정을 극도로 폭발시키는 연기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했던 지창욱의 어린 시절은 의외로 평범했다.

“저는 어렸을 때 지극히 평범했던 학생이었어요. 학교에서 공부하라해서 공부했고 부모님의 속을 썩인 적도 없고 사고를 친 적도 없어요. 그렇게 평범하게 지내다가 고3때 문득 연기를 하고 싶어 이과 계열을 공부했는데 문과로 바꾸고. 지금도 그래요. 굳이 내가 특별하게 살려고 하지 않고 어딜 몰래 다니지도 않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는 것도 그렇게 거부감도 없고요. 그런데 많이들 저를 못 알아보세요.”

 

평범하게 살아왔다는 지창욱을 보면서 연기자가 아니었으면 어떤 길을 가고 있을 지 궁금했다. 연기 외에 다른 관심 분야나 소질은 무엇인지 물었더니 연기 말고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신인 시절, 연기를 왜 하는 거냐고 연기자를 그만두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연기를 관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죠. 그런데 연기를 안하면 할 게 없더라고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연기를 안했으면 평범하게 토익 공부하고 회사에 다니지 않았을까요. 아직까지는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다른 선배님들처럼요. 하다가 연기에 자신이 없으면 그만둬야죠.”

마지막으로 배우 지창욱의 목표를 물었다. 찰나의 고민 없이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8년 동안 연기를 하면서 좋은 배우가 되는 길을 찾던 그가 깨닫게 된 것은 배우로서 갖춰야 할 자질, '뚝심'의 중요성이다.

“좋은 배우가 되는 게 목표인데 그 기준을 아직 모르겠어요. 선배들마다 성향, 연기 철학이 다르더라고요. 저만의 연기 철학을 선배들을 계속 보면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깨달은 건 제 연기가 대중들에게 휘둘려지면 안된다는 거예요. 휘둘리기 시작하면 제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 예전에는 연기를 하고난 뒤에 반응을 많이 살폈어요. 한 장면을 두고 누구는 제 연기가 좋다고 하고 누구는 별로라고 얘기하면 부정적인 평가를 고치려고 그 방향대로 연기를 했어요. 그러면 또 불만족스러운 평가가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반복을 하고 뒤돌아보니 제 스스로 했던 연기는 없는 거예요. 이상한 배우가 돼있더라고요. 또한 시청자들을 외면을 해서도 안되는 것 같아요. 제 마음 속에 뚝심이 있는 게 가장 중요한데 지금은 흔들리지 않는 기둥을 조금씩 만들고 있는 느낌이에요.”

"똑똑한 사람 같다"는 말에 지창욱은 “연기자는 똑똑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한 선배 배우가 제게 그런 말을 했어요. 연기자가 멍청하다는 소리를 듣는 게 너무 싫다고 공부하라고요. 어떤 선배는 고시생처럼 공부를 하기도 해요. 작품 속 캐릭터를 분석할 때마다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 때 제가 좋아하는 형이 그랬죠. 그게 당연한 거니까 버티라고. 그래야 좋은 배역이 들어온다고요”라고 힘주며 말했다.

 

[취재후기]

'지창욱'이란 배우를 만든 팔할은 그의 집념 어린 고민과 노력이었다. 운이 좋아서 탄생된 스타, 타고난 연기 천재가 아닌 ‘타고나지 않은’ 배우라 그의 뚝심이 자리잡았을 때의 연기는 대체 어느 고도까지 오를지 상상만으로도 뿌듯하다.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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