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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세계정복' 무엇이 태극 야구소년들을 춤추게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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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세계정복' 무엇이 태극 야구소년들을 춤추게 했는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25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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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세계정복] ① 즐기는 야구로 '크레이지 8월'...부담스러운 한일전도, 결승도 신나는 한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격언 가운데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나아가서 즐기는 자는 어떤 일에 미친 자를 이겨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태극 야구소년들은 그저 야구를 하는 것이 신났고 야구에 미쳐있었다. 그 결과 29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박종욱 감독이 이끄는 국제그룹 우승팀인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의 하워드 J. 라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최종 결승전에서 미국그룹 우승팀 일리노이주 그레이트 레이크를 8-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984년과 1985년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뒤 29년 동안 우승은 커녕 월드시리즈 본선에도 오르지 못한 한국 리틀야구가 한 세대에 걸친 오랜 숙원을 푸는 순간이었다.

29년은 한 세대다. 1985년 당시 우승 주역이었던 심재학(42) 넥센 타격코치는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1985년에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이었던 학생들은 지금 그 때 나이의 자녀를 두고 있다.

이런 긴 세월이 지나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면 긴장하고 부담을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리틀야구 선수들은 그러지 않았다.

야구 자체를 즐겼고 그것을 하는 것 자체에 신이 났다. 야구가 하나의 경기이자 경쟁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그저 놀이였다. 야구 경기가 시작할 때 주심은 '플레이 볼(Play Ball)'이라고 외친다. 말 그래도 그들은 '플레이'를 했다.

◆ 29년만의 월드시리즈 나들이, 주눅들지 않고 파죽지세

29년만에 월드시리즈라는 무대를 밟으면 웬만한 사람 같으면 주눅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리틀야구 선수들은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신이 났다.

그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부터 심상치 않았다. 뉴질랜드와 첫 경기에서 15-0으로 간단히 이긴 한국은 괌과 필리핀을 각각 10-0으로 꺾은 뒤 인도네시아까지 19-0으로 이기고 B조 1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 상대는 언제나 한국의 앞을 가로 막았던 대만. 대만 성인야구가 한국보다 다소 열세라고는 하지만 리틀야구에 있어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강이었다. 대만은 모두 17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 외 국가로는 가장 많은 정상에 오른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신이 난 선수들은 대만마저도 9-2로 간단하게 제압한 뒤 홍콩을 11-0으로 꺾고 당당하게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6경기를 치르면서 74득점을 올리고 2실점에 그쳤을 정도로 완벽한 승리였다.

지난 15일 공식 개막전으로 열린 체코와 첫 경기에서 시차 적응 등 온갖 악재에도 10-3 대승을 거둔 한국은 캐리비안 대표인 푸에르토리코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상승세를 탔다.

당시 한국은 4회말까지 1-5로 끌려가면서도 5회초에 3점을 뽑으며 쫓아간 뒤 6회초에 4점을 뽑아내 8-5로 역전승을 거두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 상대 허점 파고드는 주루 플레이, 대량 득점 원동력

리틀야구에서는 언제 어느 시점에서 점수가 나올지 모른다. 투수가 잘 던지다가도 갑자기 흔들리며 대량 실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리틀야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점수를 많이 뽑아줘야만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화끈한 공격력에 투수들이 부담을 털어버린다면 그만큼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그런 점에서 상대의 수비 허점을 파고드는 과감한 주루 플레이는 대량 득점의 원동력이 되고 이를 통해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한국 리틀야구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상대 허점이 보일 경우 한 루를 더 가는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대량 득점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한국은 본선 5경기 동안 일본과 첫 경기에서 4-2로 이긴 것을 제외하면 모두 8점 이상을 뽑는 화력을 보여줬다.

◆ 긴장감 감도는 마지막까지도 강했다

월드시리즈 5경기를 치르면서 점수 분포를 보면 유독 경기 막판, 그것도 6회에 강했다. 접전 상황이라면 가장 긴장감이 감도는 이닝이고 지는 상황이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이기는 상황이라도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말 공격으로 진행돼 6회가 없었던 유럽-아프리카 지역 대표인 체코와 경기에서는 1회를 제외하고는 2회부터 5회까지 점수를 뽑았고 이 가운데 4회에 5점을 뽑으면서 빅이닝을 만들었다.

또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 푸에르토리코와 경기에서는 5회초에 3점, 6회초에 4점을 뽑아내면서 1-5에서 8-5로 역전시키는 파란을 일으켰다. 3차전인 일본전에서도 2-2 동점에서 4-2로 역전시키는 점수를 뽑아낸 것 역시 6회초였다.

일본과 국제그룹 결승전에서는 2회초에 7점을 뽑으며 빅이닝을 만들어냈지만 9-3으로 쫓기던 6회초에 홈런 2개로 3점을 뽑아내며 쐐기를 박았다. 최종 결승전 역시 4-1이던 6회초 홈런 2개로 4점을 뽑아내 3점을 뽑으며 쫓아온 미국 대표를 꺾었다. 6회초에 4점을 뽑지 못했더라면 자칫 역전패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처럼 끝까지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순간순간마다 야구를 즐길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의 흥은 세리머니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홈런을 치고 나면 꼭 하는 것이 일명 번개 세리머니라고 불리는 '우사인 볼트 세리머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최준석(롯데)이 홈런을 친 뒤 홈플레이트를 밟을 때 하는 것으로 유명한 세리머니는 그야말로 한국의 야구소년들이 야구 자체를 즐기고 야구에 신나있었음으로 그대로 보여줬다.

이를 통해 리틀야구 선수들은 부담스러운 한일전을 두번이나 화끈하게 이길 수 있었고 홈 관중들의 열띤 응원을 등에 업은 미국 대표까지 이겨낼 수 있었다.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가 경쟁이 아닌 즐김에 있었음을 잠시 잊고 살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리틀야구 선수들의 '크레이지 8월'은 깊은 인상과 교훈을 남겼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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