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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자전차왕 엄복동'은 왜 제2의 '리얼'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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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자전차왕 엄복동'은 왜 제2의 '리얼'이 됐을까?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2.2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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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자전차왕 엄복동'을 둘러싼 논란이 심상치 않다. 3.1절 특수를 노리고 개봉한 일제강점기 배경의 영화지만 '국뽕 논란'을 비롯해 실존 인물 엄복동의 생전 행적에 대한 논란까지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전차왕 엄복동'의 가장 큰 문제는 언론 시사회 이후 관계자들의 평가다. 시사회 이후 영화의 만듦새가 부족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2017년 크랭크업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후반 작업이 개봉 직전에서야 끝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2010년대 한국영화 최고 괴작이라고 불리는 '리얼'과 비교하는 SNS 후기들도 다수다.

그렇다면 제작비 150억 원의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어째서 '제 2의 '리얼''이 됐을까?

#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 개연성 없는 스토리, 아쉬운 연출… '국뽕'으로 감출 수 없었다

 

[사진 =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컷]

 

올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다. 또한 3월은 3.1절이 있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다수 개봉하기도 한다.

27일에도 두 편의 일제 강점기 배경 영화가 등장했다. 두 영화 모두 실존 인물을 소재로 했다는 점도 일치한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자전차왕 엄복동'이다. 그러나 '자전차왕 엄복동'은 부족한 개연성과 스토리로 애국 마케팅, 이른바 '국뽕'에 대한 영화 팬들의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자전차왕 엄복동'이 홍보 문구에서 인용하는 키워드는 '한일전'이다. 영화는 1910년대를 배경으로 일제와 조선의 자전거 대결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엄복동은 자전거 밖에 모르는 순수한 조선 청년으로 자전거 대회에서 연거푸 우승하며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인물이다.

그러나 영웅적 인물로 그려지는 엄복동은 영화에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그저 순수한 인물로 자전거를 잘 타는 것 외에 캐릭터적 특징이 없다. 엄복동의 배경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가족 이야기 역시 자세히 언급되지 않으며 엄한 아버지와 가난한 집안 배경 등 다소 상투적인 배경으로 그려진다.

강소라가 맡은 김형신 역이 그나마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새롭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일제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이는 여성 독립운동가인 김형신은 비폭력적인 방법인 자전차 경주로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시키자는 황재호(이범수 분)의 말에 회의적이었으나 엄복동의 자전거 시합을 보며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인물. 그러나 영화의 중후반부 김형신은 무장투쟁 끝에 사망하며 이야기의 주변부로 밀려나버린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스포츠 영화의 법칙을 일부 따른다. 자전거 경주가 소재인 만큼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스릴 넘치는 자전거 경주를 기대한다. 그러나 '자전차왕 엄복동'은 아쉬운 카메라 연출로 자전거 경주의 스피드와 스릴을 살리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후반부 작업이 마쳐지지 않아 엉성한 컴퓨터 그래픽은 관객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겨준다.

경주 장면 역시 상투적이고 익숙한 구도다. 일본 선수들의 방해 때문에 꼴찌였던 엄복동이 초인적 힘을 발휘해 1위를 차지하는 결과는 흔한 전개로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하기는커녕 너무 뻔한 이야기라는 느낌을 준다.

# '자전차왕 엄복동'의 엄복동, 과연 영웅화해도 괜찮을까?

 

[사진 =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컷]

 

엄복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이름이다. 일제강점기에 자전거(자전차) 선수로 활약했던 엄복동은 당시 국민적인 자긍심을 고취시킨 영웅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십 대의 자전거를 훔친 절도범이기도 했다.

'자전차왕 엄복동'의 개봉 전부터 엄복동을 영화화하는 것에 대한 지적은 이어졌다. 범죄자인 엄복동을 미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는 엄복동의 절도죄는 다루지 않았다. 영웅화하기 어려운 인물을 애국 마케팅을 위해 소재로 사용했다는 비판은 개봉 이후에도 뒤따르고 있다.

# 감독의 하차 후 복귀… 촬영장에서의 '잡음', '리얼'이 떠오르는 이유

영화 '리얼'은 본래 연출을 맡았던 감독이 하차하고 제작사 대표인 이사랑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된 작품이다. 영화 제작의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독이 교체되며 제작 당시 잡음이 많았던 영화 '리얼'은 기대 이하의 작품성으로 201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괴작이 됐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도 마찬가지다. 2017년 4월 크랭크인에 들어간 '자전차왕 엄복동'은 2019년 2월에서야 개봉한다. 연출을 맡았던 김유성 감독이 중도 하차했다 다시 복귀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오랜 기간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전차왕 엄복동'은 언론 시사회 당시까지도 후반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엉성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 =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컷]

 

결국 영화 제작 당시의 잡음은 작품의 질로도 이어졌다. '자전차왕 엄복동'이 공개 직후 작품성에서 혹평을 받은 이유는 현장을 통제하지 못했던 제작사의 역량 부족 때문이기도 하다.

'리얼'은 개봉 전 VIP 시사회에서 주연 배우 김수현이 혹평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논란이 됐다. '자전차왕 엄복동'에 대한 주연 배우의 반응도 비슷하다. 비(정지훈)는 자신의 SNS에 "영화가 별로일 수 있다.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했다"며 개봉 전부터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바이오 회사인 셀트리온의 자회사인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의 첫 제작 영화다. 엔터계의 '큰 손'이 셀트리온이 제작에 참여한 만큼 막대한 자본이 투입됐다. '자전차왕 엄복동'의 제작비는 약 150억 원으로 국내 상업영화로는 적지 않은 비용이다. 같은 날 개봉하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10억 내외의 저예산으로 제작됐다.

적지 않은 자본이 투입됐지만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많은 영화 팬들을 실망시킨 '자전차왕 엄복동'이다. 최근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대형 한국 영화의 부진에 영화 팬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전차왕 엄복동'은 또 한번 한국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27일 개봉했다. 김유성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했듯 영화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관객들의 판단이다. '자전차왕 엄복동'이 비판을 딛고 관객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지, 혹은 또 다른 2010년대 '괴작' 영화로 이름을 남길지 영화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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