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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남자' 윤석민, 4월이 잔인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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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남자' 윤석민, 4월이 잔인한 이유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4.15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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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훈련없이 시즌 돌입…계속된 등판으로 경기력 끌어올려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윤석민(28·볼티모어 오리올스)에게 잔인한 4월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석민이 메이저리그(MLB) 승격은 커녕 더블A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려오고 있다.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팀은 노포크 타이즈에서 시즌을 시작한 윤석민은 지난 14일(한국시간) BB&T 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샬럿 나이츠와 원정경기에서 4.1이닝동안 안타 6개와 볼넷 4개를 내주고 3실점하면서 두번째 패전의 멍에를 썼다.

지난 9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산하 팀인 그윈넷 브레이브스와 경기에서 2.1이닝동안 홈런 하나를 포함해 무려 11개의 안타를 얻어맞고 9실점한데 이은 실망스러운 내용이었다. 두 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16.20에 이른다.

◆ 류현진보다 두 달 늦게 시작한 윤석민, 비교 불가

윤석민이 두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긴 것은 시즌 준비가 워낙 늦은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계약이 늦어지면서 비자를 발급받는 것까지 일정이 줄줄이 밀려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한 탓이다.

이는 지난해 류현진(27·LA 다저스)과 확연하게 비교된다. 류현진은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MLB에 진출했기 때문에 어느 팀과 계약을 맺을지가 정해져 있었다. 스캇 보라스 에이전트에게 전권을 맡기면 그만이었다.

2012년 12월 10일에 LA 다저스와 계약한 류현진에게는 그만큼 여유가 있었고 몸을 만들 시간도 충분했다. 계약을 맺고 두 달 뒤에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류현진은 몸을 만들면서 시범경기를 충분히 경험하며 MLB에 연착륙할 수 있었다.

반면 윤석민은 자유계약선수(FA)로 MLB로 건너간 경우다. 2011년 포스팅 자격을 얻었지만 이를 미루고 FA 자격을 얻어 진출했다. 류현진처럼 팀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을 원하는 팀을 찾아나서야만 했다.

대어급 FA들에 후순위로 밀린 윤석민은 지난 2월 18일에 가서야 볼티모어와 계약했다. 이 두 달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제구력과 구속 끌어올리기 관건, 부상도 조심해야

보통 야구 선수들은 1월부터 다음 시즌을 위한 동계 훈련에 들어간다. 하지만 윤석민은 이번 겨울에 이런 과정이 없었다. 물론 개인 훈련을 했다고는 하지만 소속팀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게다가 비자 발급 때문에 계약을 맺고도 볼티모어에 조기 합류하지 못했다. 비자를 받으러 캐나다를 다녀오느라 그나마 짧은 준비 기간에서 일주일을 보내야만 했다.

비자를 발급받기 전까지는 스프링캠프에서도 캐치볼 등 간단한 몸풀기만 가능했다. 비자를 발급받고 나서야 시범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동계 훈련을 건너뛴 것이다.

오히려 동계 훈련 없이 등판한 두차례 시범경기에서 벅 쇼월터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 것이 고무적이다. 홈런 하나를 내주며 1실점하긴 했지만 2경기에서 3이닝을 뛰며 안타를 2개만 내주고 1승을 챙겼기 때문에 벅 쇼월터 감독도 만족을 표시했다.

선발 수업을 받기 위해 트리플A로 내려간 윤석민은 2경기에서 집중타를 맞고 체면을 구겼다. 그러나 동계 훈련을 건너뛴 윤석민에게 이런 결과는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었다.

미국의 현지 언론도 이런 윤석민의 상황을 십분 이해하며 그의 평가를 유보하는 분위기다.

스포츠 전문매체 'SB네이션'은 14일 윤석민의 트리플A 등판 결과를 전하며 '윤석민의 교육은 계속되고 있다(The education of Suk-Min Yoon continues)'며 '윤석민의 이날 경기는 데뷔전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했다(it was a vast improvement over his debut)'고 전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겨울에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에 나서며 실전 감각을 키우고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밖에 없다. 첫 등판보다 두번째 등판 내용이 좋았다는 것은 그나마 윤석민에게 희망적이다.

첫 경기는 거의 빠른 공 위주의 몸 풀기 투구였다. 그렇기 때문에 삼진은 하나도 없었고 무려 피안타 11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두번째 경기부터는 변화구 비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슬라이더로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날 기록한 4개의 삼진이 모두 헛스윙 삼진이었다는 점은 슬라이더가 제대로 통했다는 뜻이다.

다만 아직까지 제구력이 정상적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제구력이 들쭉날쭉하면 볼넷을 내주기가 쉽고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볼이라도 스트라이크존에 가깝게 붙이거나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다가 꺾이거나 뚝 떨어져야만 타자들을 속여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기 쉽다. 또 빠른 공의 구속이 아직까지 100%가 아니어서 브레이킹볼의 위력도 그만큼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윤석민에게는 지금이 스프링캠프고 시범경기다. 남들이 스프링캠프에 했던 몸 만들기와 컨디션 끌어올리기를 지금 하고 있으니 일찌감치 시즌을 준비한 상대 선수들에게 난타를 당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윤석민이 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5월 또는 그 이후가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트리플A에서 MLB 승격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조기 승격보다 오는 9월 40인 로스터까지 멀리 바라보는 느긋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히려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완전치 못한 경기력이 아니라 몸을 완전히 만들지 못했기에 찾아올 수 있는 부상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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