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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두 음절이 주는 끈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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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두 음절이 주는 끈적임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4.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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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이예림기자] 종편채널 JTBC 월화드라마 '밀회'에서 혜원(김희애)과 선재(유아인)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시청자 반응도 뜨겁다.

‘밀회’의 6회 시청률이 5.1%(닐슨 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6%까지 치솟았다.

1일 방송된 '밀회' 6회에서는 준형(박혁권)이 예고 없이 선재(유아인)의 집에 찾아갔다가 혜원(김희애)과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고 둘의 미묘한 관계를 알아채는 장면이 묘사됐다.

‘불륜 조장 드라마’라는 일부의 평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찾아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밀회’는 인간의 내면 욕구와 사회적 트렌드가 맞물려 지루한 구석이 없는 치밀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 김희애와 유아인[사진제공=엘르코리아]

◆ 인간 내면 욕구 해소...관음증 충족

‘밀회’는 사람들의 관음증을 해소시켜준다. 사회적 스캔들인 중년의 여자와 젊은 남자의 만남을 몰래 엿봄으로써 재미를 얻는다. 사람들 모르게 만나서 교감하는 혜원과 선재의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는 그 비밀을 자신 혼자만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얻는다. 또한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이 ‘밀회’를 통해 대리만족하는 경향도 존재한다.

할리우드 고전영화 ‘7년만의 외출’에서 편집인 리처드(톰 이웰)는 부인과 아들을 피서지에 보낸 뒤 오랜만에 홀로 지내며 해방감에 젖는다. 그는 바람을 피워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고 마침 같은 아파트에 금발 미녀 마릴린 먼로가 이사를 온다. 그는 부인이 휴가에서 돌아오기까지 먼로와의 야릇한 만남을 상상한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에서는 돈 많은 과부와 결혼해 풍족한 삶을 사는 남자가 휴가차 내려간 무진에서 만난 젊은 여자 하인숙과 연애하려고 마음먹었으나 아내의 전보를 받고 서울로 돌아간다.

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권태를 견디지 못하고 일탈을 꿈꾼다. 혜원도 안정된 결혼 생활에 지친 상태다. 일탈이 필요했던 혜원에게 선재가 나타났으니 불과 장작 사이에 스파크가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 JTBC '밀회' 6회 방송캡처

◆ 여성의 경제력 상승으로 인한 성 역할 전복

영화 ‘연인’ ‘로리타’에서는 나이 많은 남자가 어린 소녀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 예전 국내 드라마에서는 재벌 남자와 가난한 여자, 직장 내 남자 상사와 여비서 간의 애정 관계가 많이 다뤄졌다. 그동안 미디어는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생산했다. 극중 남자의 사회적 지위를 높게 설정함으로써 권력을 부여했고, 그들의 재력은 어린 여자들에게 섹스 어필되는 요소였다.

'밀회'에서는 고전적인 성 역할이 바뀌었다. 혜원은 나이 많고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여성이다. 기존의 드라마보다 파격적인 이유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드라마에서 부는 연상녀 연하남 커플 열풍은 현재 우리 사회의 성 역할이 전복됐음을 입증한다. 여성들의 성적 욕구가 경제력 상승과 함께 표출되고 있으며 오늘날 대중은 여자의 성적 판타지를 왕성하게 소비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란 말이 있다. 혜원과 선재는 순수한 마음으로 교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둘이 이어지는 결말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도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의 인생을 걸만한 사랑을 한 번쯤은 꿈꾸지 않나. 이 드라마는 그런 사람들의 욕망, 판타지를 한껏 자극하고 수렴한다.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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