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6 (금)
[최순실 게이트-체육계 농단] ② '나쁜 사람'과 '4대악'에 두손 든 스포츠계
상태바
[최순실 게이트-체육계 농단] ② '나쁜 사람'과 '4대악'에 두손 든 스포츠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1.02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발언에 비리 조사하던 공무원 해고…대한체육회 사업도 K스포츠재단 이권 전락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나쁜 사람.” 박근혜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관련 공무원들은 옷을 벗어야 했다.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측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을 공평무사하게 처리하려고 해왔던 소신 있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은 졸지에 자리를 잃었다.

양파처럼 까고 까도 계속 의혹이 나오는 ‘최순실 게이트’는 스포츠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 어느 분야보다 공정성과 페어플레이 정신이 강조됐던 체육계는 실로 할 말을 잃었다. 바른 말, 쓴소리를 하던 이들은 어느 순간 '악의 축'으로 지목돼 떠나야 했다.

'나쁜 사람’ 발언을 신호로 문체부 안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이뤄졌다면 대한체육회는 ‘스포츠 4대악 척결’이라는 위세 아래 그 누구도 고개를 세울 수 없는 험악한 분위기로 변했다. 대한체육회의 주무 부처마저 마음대로 주무르기 시작한 '최순실 라인'이 결국 각종 체육계 이권에도 군침을 흘린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4대악 척결의 취지는 나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으로 문체부가 나서서 체육계 비리를 뿌리 뽑겠다며 강력하게 추진한 '4대악 척결'이 최순실 씨의 입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문제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초 문체부 주도로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개설했다.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가 만들어지자 체육계 안팎에서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그 반발은 곧 '4대악 척결'이라는 대의명분과 기세 아래 수그러들었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만들었는데 마치 스포츠를 '비리의 온상'처럼 포장했다"며 "물론 스포츠 인권이나 뒷돈 등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4대악 척결을 부르짖은 쪽이 정작 '악의 축'이었다는 것이 문제다. 절대 악이 스포츠계를 악으로 규정하고 정풍 운동을 벌였으니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 아니냐"고 혀를 찼다. 

물론 스포츠 도박 근절과 승부조작을 밝혀내는 등의 순기능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박태환은 스포츠 정풍운동의 일환으로 잘못된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2016 리우 올림픽에 나가지 못할 뻔한 처지에 놓이는 등 부작용도 없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대악으로 스포츠계를 벌벌 떨게 한 최순실 라인은 그 여세를 몰아 물밑에서는 자기 이속을 차렸다는 의혹이 속속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최순실 씨가 주도해 만든 K스포츠재단이 대한체육회의 각종 사업을 가로채려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KBS는 지난 1일 "문체부 정보로 대한체육회의 땅과 사업을 넘봤다. 특히 K스포츠재단의 각종 보고서와 제안서가 사실상 문체부 지침을 따라 작성된 것으로 봐 문체부의 정보와 문서가 K스포츠재단으로 흘러간 것으로 봐야한다"고 보도했다. 또 JTBC는 "K스포츠재단이 대한체육회의 생활체육클럽 사업인 K스포츠클럽 사업에 개입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 스포츠 정책을 주도했던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은 2일 스포츠Q와 전화 인터뷰에서 "압수수색도 받고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터뷰를 하거나 궁금한 사항에 대해 답할 처지가 못된다"고 말해 모든 사항을 검찰 조사를 통해 밝힐 것임을 내비쳤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문화 체육계의 농단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자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수습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조윤선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기획조정실장과 감사관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 팀을 꾸려 외부 개입 논란이 된 사업의 법령 위반이나 사익 도모가 있는지 전수 점검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도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의혹이 제기된 문체부 문제 사업들에 대한 전면 재점검과 관련 인사 및 추진 절차 등에 대한 정밀 검증을 위해 '문제사업 재점검 검증 특별전담팀'을 구성했다"며 "정관주 제1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전담팀은 감사관을 포함해 주요 실장들을 분과 팀장으로 하며 국과장급을 팀원으로 한다"고 전했다.

또 조윤선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나쁜 사람' 한마디에 해직된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의 복직에 대해서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최순실 씨 딸인 정유라 씨가 출전했던 승마대회의 판정 시비를 조사한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은 "최순실 씨나 반대쪽이나 모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올리자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고통을 맛봤다.

‘최순실 게이트’로 발칵 뒤집어진 대한민국 체육계, 이번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또다시 '최순실 악몽'에 시달릴지도 모를 일이다. 선수와 지도자들의 피땀으로 일군 ‘스포츠 코리아’의 위상이 한 개인의 농단으로 무너져서야 될 일인가?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